“사겠다”는 설문 속 선의의 거짓말, AI가 걸러낼 수 있다면
설문에서 말한 구매 의향과 지불의향은 실제보다 높게 나옵니다. 가상의 두 사례로 이 차이와 합성소비자가 다르게 답하는 이유를 설명합니다.
“이 제품이 나오면 사시겠습니까?”
이 질문에 “예”라고 답한 소비자 가운데 실제로 지갑을 여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요? 설문조사 업계에서 오래 알려진 불편한 사실이 있습니다. 사람들은 가상의 질문에 답할 때 실제 행동과 다르게 답합니다. 학계에서는 이를 ’가상 편향(Hypothetical Bias)’이라고 부릅니다. 가상의 질문으로 물은 지불의향이 실제로 돈을 낼 때보다 2~3배 높게 나온다는 연구가 많습니다.1
응답자의 잘못이 아닙니다. 사람의 뇌가 원래 그렇게 움직입니다.
문제는 수천만 원짜리 신제품 결정이 이 ‘선의의 거짓말’ 위에 세워진다는 것입니다. 합성소비자(Synthetic Consumer)는 이 문제에 어떻게 다르게 답할까요? 설명을 위해 만든 가상의 두 사례로 보여 드리겠습니다. 제품, 설문, 응답 수치는 모두 가상입니다.

사례 1. 지불의향의 함정: “내 돈 아니면 너그럽게”
가상의 프리미엄 그래놀라 브랜드가 신제품(400g)의 적정 가격을 조사했습니다. 실제 응답자 300명과 합성소비자 300명에게 같은 질문을 했습니다. “이 프리미엄 그래놀라에 얼마까지 낼 의향이 있으십니까?”
두 결과는 정반대였습니다. 실제 응답자는 28%가 25,000원 이상, 35%가 20,00024,900원, 24%가 15,00019,900원을 골랐습니다. 87%가 15,000원 이상을 낼 수 있다고 답한 셈입니다.
합성소비자는 훨씬 보수적이었습니다. 25,000원 이상은 3%뿐이었고, 가장 많은 응답(41%)이 10,000~14,900원에 몰렸습니다. 10,000원 미만도 27%였습니다. 68%가 14,900원 이하였습니다.

왜 이런 차이가 날까요?
설문 응답자는 가상의 구매 상황에서 너그러워집니다. 400g 그래놀라에 25,000원을 내겠다고 답하는 것은 마트 진열대 앞에서 같은 선택을 하는 것과 전혀 다른 일입니다. 설문지 위의 금액은 내 통장에서 빠져나가는 돈으로 느껴지지 않기 때문입니다. 출시 전 조사에서 나온 구매 의향만큼 실제로 팔리지 않는 일이 흔한 이유입니다.
합성소비자는 ’내일 통장 잔고를 생각하는 소비자’에 가깝습니다. 그 소득 수준의 실제 식품 지출 패턴, 프리미엄 식품의 실제 시장 가격대, 카테고리별 가격 민감도를 바탕으로 만들어지기 때문에, 시장 가격과 동떨어진 응답이 덜 나옵니다.
사례 2. 컨셉 테스트의 함정: “다 비슷해서 고를 수가 없다”
가상의 식물성 단백질 음료 브랜드가 신제품 컨셉 4개(A 고단백 저칼로리, B 오트밀크 블렌드, C 비건 프로틴, D 곡물 셰이크)의 선호도를 조사했습니다. 5점 척도로 구매 의향을 묻고, 4~5점을 고른 비율(Top-2)로 비교했습니다.
실제 응답자의 결과는 A 46%, B 51%, C 48%, D 50%였습니다. 가장 큰 차이가 5%p에 불과해, 사실상 어느 쪽으로도 결정하기 어렵습니다.
합성소비자의 결과는 전혀 달랐습니다. A 63%, B 81%, C 28%, D 69%. 가장 큰 차이가 53%p입니다. B(오트밀크 블렌드)가 뚜렷한 1위이고, C(비건 프로틴)는 분명한 탈락입니다.

이것은 ’중앙 응답 편향(Central Tendency Bias)’이라고 불리는 현상입니다. 응답자들은 극단적인 점수를 주기를 꺼립니다. “정말 별로”라고 1점을 주거나 “무조건 산다”라고 5점을 주기보다, 2~4점 사이의 무난한 점수를 고릅니다. 그래서 모든 컨셉이 비슷한 점수대에 몰립니다.
합성소비자는 실제 구매 상황에서의 선택을 흉내 내기 때문에 ’살 것’과 ’안 살 것’을 더 선명하게 가릅니다. 마트 진열대 앞에서 손이 가는 제품과 그냥 지나치는 제품이 갈리는 것과 같습니다. 이 변별력이 연구개발과 마케팅의 결정을 바꿉니다.
설문의 구조적 한계를 기술로 보완하다
전통 설문이 틀렸다는 이야기가 아닙니다. 설문은 여전히 중요한 조사 방법입니다. 다만 설문만으로는 잡아내기 어려운 구조적 편향이 두 가지 있습니다. 첫째, 가상 편향 때문에 지불의향과 구매 의향이 부풀려집니다. 둘째, 중앙 응답 편향 때문에 컨셉 사이의 변별력이 사라집니다.
합성소비자는 이 빈자리를 채우는 보완재입니다. 실제 인구통계, 소비 행동 패턴, 시장 가격 데이터를 바탕으로 만든 합성소비자가 답하기 때문에, 가상 편향을 줄일 수 있습니다.
Footnotes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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예: Murphy, J. J., Allen, P. G., Stevens, T. H., & Weatherhead, D. (2005). A Meta-analysis of Hypothetical Bias in Stated Preference Valuation. Environmental and Resource Economics, 30, 313–325. 같은 방식으로 가상 가치와 실제 가치를 함께 잰 28개 연구를 분석했습니다. ↩
이 글은 2026.04.27 Medium에 처음 실렸고, 블로그로 옮기며 다듬었습니다.